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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면제받은 자

 

 

훌륭한 종교인이었던 시몬은 어느 날 예수라는 분을 자기 집에 초대하고 연회를 베풀었다.  예수라는 분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존경받는 뛰어난 선생으로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분이었다.  그런 분을 자기 집에 초대했다는 것이 내심 뿌듯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으셨고 한창 즐거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은 한 여인이 방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당시 관습대로라면 어떤 집에 연회나 잔치가 있으면 초대된 손님들 뿐 아니라 객이나 거지들도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 그 집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음식을 구걸하기 위해 온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손에는 귀한 향료를 담은 옥합이 들려져 있었다.

유대인의 식사관례대로 반쯤 옆으로 누워 계신 예수님 뒤로 그 여자가 말없이 다가갈 때까지 그 여자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그녀는 감히 예수님 앞쪽에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님 뒤쪽에서 고개를 떨군 채 서서 예수님을 보았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 눈물이 온 방에 찬물을 끼얹었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그 여자에게로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즉시 그 여자가 누군 지를 알아보았다.  그 여자는 그 도시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죄인이었다(그 여자는 아마도 잘 알려진 창녀이었거나 아니면 그 도시에 거하는 이교도 여자였을 것이다).  여자는 예수님의 발을 고이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흐느끼면서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예수님의 두 발을 흥건히 적셨다.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죄인 여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경멸하는 눈빛이나 자신의 자존심 같은 것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 했다.  그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예수님의 발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기 시작했다.  그분의 발에 입을 맞추고 또 맞추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져온 귀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기 시작했다.  진한 향기가 온 방안에 가득히 퍼졌다.

이 모든 것을 당황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집주인 시몬의 마음 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이 예수라는 사람은 대언자가 아니다.  만약 이 자가 진정 하나님의 대언자였다면 지금 자기에게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저 여자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당장 그 행동을 그만두게 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 사람 예수는 대언자도 아니고 혹시나 하고 사람들이 기대했던 메시아도 아니야!"

이 생각을 아신 예수님께서 한 가지 비유를 들어 시몬에게 물으셨다.  "시몬아, 빚을 준 어떤 사람에게 빚진 사람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2천5백 만원을 빚지고 다른 한 사람은 2백5십 만원을 빚졌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너무 가난해서 그 빚을 도저히 갚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빚 준 사람이 그 두 사람을 다 너그러이 면제해 주었다.  그러니 한번 대답해 보아라.  빚을 면제받은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그 빚을 준 사람을 사랑하겠느냐?"

시몬이 즉시 대답했다.  "많은 빚을 면제받은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네 판단이 옳다."  얼굴을 돌려 뒤에 있던 그 여자를 한 번 보시고 예수님이 다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자를 보고 있느냐?  내가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내게 발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의미 있는 손님이었다면 당연히 너는 내게 호의와 존경의 표시로 발씻을 물을 가져왔어야 하지 않니?  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씻고 자신의 머리를 풀어 내 발을 닦았다.  너는 내가 들어왔을 때 내 뺨에 우정과 존경의 표시로 입맞추지도 않았지?  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온 이후로 쉬지 않고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너는 손님인 내게 특별한 경의의 표시로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바르지도 않았어.  하지만 이 여자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 시몬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이 여자는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왜냐하면 이 여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용서받은 것이 적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 여자에게 얼굴을 돌려 말씀하셨다.  "네 죄들을 용서받았느니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이 사건에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쪽에 서 있는 사람은 거룩하고 근엄하고 명망 있고 존경받는 바리새인 시몬이다.  그는 점잔을 빼고 교양 있는 태도로 자기 집을 방문한 손님인 예수님을 접대하고 있다.  그는 주님을 거절하거나 주님께 쌀쌀맞게 대하지도 않았지만 극진히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주님의 뺨에 입맞추지도 발씻을 물을 드리지도 머리에 기름을 부어드리지도 않았다.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사람은 값싼 입발림의 수식어 하나도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죄인'이라고 소개된 한 여인이다.  누가는 그 여자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37절에서 간과하고 넘어 갔을까봐 39절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해서 기록하고 있다(눅7:36-50).

여자들이 자신을 가꾸는데 있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 중 하나가 머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는 머리와 장식을 통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지위와 신분을 과시한다.  죄인인 이 여자에게도 자신의 머리카락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으리라.  당시 유대의 사회적 관습으로는 여자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머리를 풀어 늘어뜨리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 여자가 이 바리새인의 집을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갈등했을까?  그녀는 죄인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떳떳이 나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예수님을 뵙기 위해서 가야 하는 곳은 가장 고상하고 가장 품위 있고 가장 경건하고 가장 거룩하게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바로 바리새인의 집이었다.  그러나 주님께 대한 사랑이 갈등과 두려움과 망설임을 압도했다.

주님께 많은 빚을 면제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님을 더 사랑한다.  자기의 죄의 빚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고, 그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무겁고 힘겹고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빚이 면제되었을 때 얻은 자유와 기쁨과 감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만이 이 죄인 여자의 심정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다.  

죄인이었던 한 여자와 고상했던 바리새인 시몬!  오늘 당신의 모습은 누구를 더 닮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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